선사인의 일상을 복원하다, 고고학이 밝혀낸 삶의 단편들

 

구석기 시대를 살았던 우리 선조들의 일상은 과연 어떠했을까요?

유적과 유물을 통해 그들의 생활상을 짐작할 순 있지만, 구체적인 모습을 그려내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고고학과 인류학 연구의 진전으로 선사인들의 일상을 조금씩 복원해나가고 있는데요.

먹거리에서부터 의식주, 사회생활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알게 된 선사인의 삶의 단편들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1. 구석기인의 식탁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다 구석기 시대 식단의 핵심은 단연 고기였습니다.

사냥으로 얻은 동물 고기가 단백질과 지방의 주공급원이었던 거죠.

매머드, 순록, 물소 등 대형 초식동물이 주요 사냥감이었고, 토끼나 새 같은 작은 동물도 잡아먹었어요.

동물 뼈에 남은 도살 흔적을 분석하면 당시 식단을 짐작할 수 있답니다.

육식만 한 건 아닙니다. 채집을 통해 열매, 견과류, 뿌리와 줄기 등 식물성 식품도 섭취했죠.

직접 재배하진 못했지만 계절에 따라 다양한 식물을 채집해 먹었던 거예요.

이빨이 닳은 정도를 보면 식물 섭취량이 적지 않았음을 알 수 있어요.

한편 불의 사용으로 식단에 혁명적 변화가 일어났는데요.

고기를 구워먹거나 삶아먹게 되면서 영양섭취가 훨씬 좋아졌고, 식중독 위험도 낮아졌죠.

동굴 유적에서 화덕 흔적과 그을린 뼈가 출토되곤 하는데, 이는 고기 조리가 이뤄졌음을 방증하는 셈이에요.

선사인의 일상2

 

2. 구석기인의 패션

자연에서 얻은 옷과 장신구 구석기인들의 복식은 동물 가죽으로 만든 옷이 대표적입니다.

들개나 여우 같은 짐승 털가죽을 무두질해 옷감을 만들고, 뼈나 나뭇가지로 바늘을 만들어 옷을 지었죠.

寒冷한 빙하기 기후를 견뎌내려면 보온성 좋은 모피가 필수였을 거예요.

반면 온난한 지역에서는 나뭇잎이나 풀로 만든 초보적인 옷도 입었을 거예요.

또 달팽이 껍데기나 짐승 이빨로 장신구를 만들어 몸을 치장하기도 했죠.

구석기인 몸에서 비즈 팔찌나 이빨 목걸이가 발견되곤 하는데, 장식 욕구가 당시에도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한편 복식에는 주술적, 상징적 의미도 담겼을 거예요.

짐승의 털가죽을 걸치고 뿔 장식을 하는 건 사냥의 성공을 기원하는 주술 행위였을 수 있고, 특정 문양의 옷은 부족의 상징이기도 했겠죠.

오늘날 패션 아이템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듯, 구석기인에게도 옷은 단순한 방한용품 그 이상이었을 것 같아요.

 

3. 구석기인의 주거

안식처를 찾아 떠돌다 구석기인들은 기본적으로 이동생활을 했습니다. 사냥감을 쫓아, 계절을 따라 끊임없이 옮겨 다녔죠.

그래서 주거 형태도 간이식이 대부분이었어요.

동굴이나 바위 그늘이 가장 손쉬운 안식처였고, 나뭇가지와 풀, 가죽으로 간단한 천막 비슷한 걸 만들기도 했답니다.

다만 후기 구석기로 갈수록 이동 반경이 줄어들고 정착성이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이 시기엔 종족 규모도 커지고 집단 간 교류도 활발해지면서 마을 같은 주거지가 등장했던 거죠.

우크라이나 무라베츠 유적에선 매머드 뼈와 상아로 지은 원형 오두막이 발견되기도 했어요.

이렇듯 거주 방식은 지역과 시대에 따라 차이가 있었지만, 동굴과 같은 자연 지형을 주거지로 활용한 건 공통적입니다.

동굴은 밖의 위험으로부터 피신처 역할을 해줬고, 암벽화를 남기는 캔버스 구실도 했죠.

현대의 주거 문화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지만, 안전한 보금자리에 대한 욕구만큼은 변함없는 것 같네요.

 

4. 구석기인의 가족과 공동체

구석기인들은 혈연에 기반한 소집단 단위로 생활했을 거예요. 수렵과 채집이라는 생업 방식 상 소규모로 이동하는 게 유리했기 때문이죠.

부부와 자식이 기본 단위였겠지만, 조부모나 형제자매 가족이 합류하기도 했을 것 같아요.

집단 내 역할 분담도 있었을 텐데요. 주로 남성은 사냥을, 여성은 채집과 육아를 도맡았을 거예요.

연장자는 경험과 지혜를 살려 구성원을 이끄는 역할을 했겠죠.

동굴 벽화 중엔 집단 춤이나 의례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는 집단 내 유대감을 다지는 사회적 활동이 있었음을 시사합니다.

한편 후기 구석기로 갈수록 집단 규모가 커지고 집단 간 접촉도 잦아졌는데요.

먼 거리에서 산출된 재료로 만든 유물이 발견되는 걸 보면 부족 간 교역과 혼인이 이뤄졌음을 짐작케 해요.

동굴 벽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손도장 문양은 집단의 상징이나 영역 표시였을 지도 모르겠네요.

 

구석기인들의 일상은 유물과 유적이 전하는 퍼즐 조각들로 어렴풋이나마 윤곽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먹고살기 위해 사냥과 채집에 매달리고, 가죽옷으로 몸을 가리고, 동굴을 안식처 삼아 떠돌며 살았던 그들의 생활상

거칠고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연대와 유대, 문화를 일궈낸 선사인의 모습에선 살아있는 인간 본연의 단면을 만나게 됩니다.

물론 아직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도 많습니다. 구석기인들은 어떤 언어로 소통했을까요? 어떤 방식으로 세상과 자신을 이해했을까요?

구석기 시대를 온전히 복원하기란 쉽지 않겠지만, 그 단편을 찾아가는 여정은 곧 우리 인류를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포스트를 마무리하며 느낀 점 하나 나누고 싶네요. 먹고사는 건 여전히 우리 일상의 중심인데, 그것을 위해 내몰리듯 살진 않나요?

사냥과 채집에 목숨 걸었던 구석기인처럼 말이에요. 하지만 그들에겐 예술도, 놀이도, friendsh도 있었죠.

삶의 질료를 채우는 게 우선일지 몰라도, 그것만으로 삶은 완성되지 않아요.

때론 구석기인의 여유와 초탈함을 떠올리며, 삶을 온전히 품에 안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구석기인의 일상 관련 추천 자료

  • 책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지음: 구석기 혁명부터 현대까지 인류의 거대한 흐름을 조망한 베스트셀러.
  • 책 『선사시대 사람은 무엇을 먹었을까?』 이한희 지음: 고고학 발굴 성과와 최신 연구를 토대로 선사인의 식생활을 재구성한 책.
  • 다큐멘터리 ‘인류의 기원 2부작’, EBS: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현생 인류의 확산 과정과 초기 문명을 추적한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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