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 예술, 구석기인의 심미안을 엿보다

 

우리 인류의 예술적 감수성은 언제부터 싹트기 시작했을까요?

식량 획득과 생존이 절박했을 구석기 시대, 예술 활동이 있었다는 건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선사시대 유적에서는 정교한 동굴 벽화, 조각상, 장신구 등이 발견되곤 하는데요.

 

1. 구석기 동굴 벽화

예술의 서막을 알리다 선사 예술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동굴 벽화입니다.

기원전 3~2만 년 전, 유럽 각지의 동굴 벽면에는 들소, 야생마, 사자 등 당대 동물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졌는데요.

특히 프랑스 라스코 동굴과 쇼베 동굴,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이 세 대표적이죠. 때로는 사냥 장면이나 주술적 도상도 표현되곤 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동물의 뼈나 이빨로 만든 도구에 천연 안료를 묻혀 벽화를 그렸는데요. 동굴 내부의 요철과 굴곡을 교묘히 활용해 입체감을 더하기도 했죠.

주로 얼룩말 무늬의 검은 선으로 동물의 윤곽을 그린 후, 적색과 황색 안료로 채색하는 방식이었어요. 때론 음영을 가미해 사실성을 높이기도 했답니다.

당대 최고의 걸작으로는 라스코 동굴의 ‘뿔 없는 소’를 꼽을 수 있는데요.

약 5미터 크기의 벽면 위에, 당당한 몸짓의 황소가 매우 정교하고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굵고 역동적인 선, 섬세한 음영 표현이 돋보이는 작품이죠. 구석기 예술가의 탁월한 관찰력과 표현력을 짐작케 하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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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비너스 조각상, 구석기 조각의 진수를 만나다

구석기인들은 동물뿐 아니라 인물상도 조각했습니다. 그중 ‘비너스 조각상’이라 통칭되는 여인상들이 단연 압권인데요.

기원전 2만5천 년경에서 2만 년경 사이 유럽 각지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작품들은 돌, 뼈, 상아 등을 깎아 만든 여성 누드상입니다.

비너스 조각상의 가장 큰 특징은 과장된 육체미에 있습니다.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 비대한 복부가 도드라지는 반면 얼굴과 팔다리는 거의 표현되지 않았죠.

대표작인 오스트리아의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는 11cm 정도의 작은 크기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데요.

헤어스타일과 비키니 형태의 장신구가 섬세하게 묘사된 걸 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들은 다산과 풍요의 상징으로 여겨지는데요. 모성과 여성성을 기리는 제의적 대상이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남성상이 거의 발견되지 않은 걸 보면 모계 사회적 성격이 반영된 게 아닌가 싶네요.

한편으론 남성적 시각에서 이상화된 여성미를 표현했다는 분석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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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장신구와 악기

구석기인을 꾸미고 울리다 구석기 시대 유물 중에는 화려한 장신구도 눈에 띕니다.

조개껍데기로 만든 팔찌, 동물 이빨로 장식한 펜던트, 구슬로 꿴 목걸이 등 다채로운 아이템이 출토되곤 하죠.

루마니아 쿠이나 튜르쿨루이 동굴에서는 호랑이 송곳니로 만든 펜던트가 발견되기도 했어요.

장신구는 단순히 치장 목적 외에도 주술적, 상징적 의미를 지녔을 거예요.

사냥의 전리품을 몸에 지니고 다니며 부와 용맹을 과시하는 용도였을 테고, 특정 문양에 마법적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겠죠.

떼루엘의 남성 조각상처럼 머리에 깃털 장식을 한 걸 보면 계급이나 신분의 표지 역할도 했던 것 같네요.

더불어 구석기인들은 다양한 악기도 연주했습니다. 뼈나 돌로 만든 피리, 굴껍데기로 만든 북, 그물추로 장식한 방울 등이 출토된 걸

보면 음악 활동도 활발했던 모양이에요. 동굴 벽화에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이 그려진 것을 보면 제의나 축제에서 연주되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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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구석기 미술의 의미를 묻다

그렇다면 구석기인들은 왜 예술 활동을 했을까요? 단순한 심미적 즐거움 때문일까요, 아니면 주술적 기원과 관련이 있을까요?

아직 학계에서도 논쟁 중인 문제인데요. 몇 가지 유력한 학설을 소개해볼게요.

가장 유력한 건 주술-종교설입니다. 동물 그림은 사냥의 성공을, 여인상은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주술적 대상으로 보는 거죠.

제의적 맥락에서 제작되고 감상되었다는 겁니다. 동굴이 성스러운 공간으로 여겨진 정황도 있고요.

실제 사냥 장면을 묘사한 벽화는 많지 않다는 점에서 단순 기록의 의미는 적어 보여요.

반면 예술을 위한 예술로 보는 입장도 있습니다. 본능적 표현 욕구의 발로였다는 거죠.

동굴 깊숙이 벽화를 그린 걸 보면 감상용으로 제작된 면도 있다는 겁니다.

비너스 조각상에 묘사된 장신구나 헤어스타일은 당시 유행을 반영한 걸로 보기도 하고요.

주술적 기능을 겸했겠지만 순수한 조형미를 추구한 작품도 있었을 거란 분석입니다.

한편 남성적 시각에서 채집-사냥 문화를 미화한 결과물로 보기도 합니다.

사냥감이 되는 동물을 집중 묘사하고, 풍만한 여체를 이상화한 걸 보면 남성 중심적 관점이 반영되었다는 거죠.

하지만 여성상에서 모성과 여성성을 발견하는 시각도 있어 학설이 엇갈리는 편이에요.

 

구석기 시대 예술은 인류 최초의 예술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 의미가 크지만,

당대를 살았던 우리 조상들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습니다.

생존이 급박했던 시절에도 아름다움을 갈망하고 표현하려 했던 인간 본연의 심성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죠.

구석기인들은 예리한 관찰력으로 자연을 응시했고, 뛰어난 표현력으로 그것을 형상화했습니다.

주술적 기원이든, 미적 탐구든 간에 그것은 분명 경이로운 창조 행위였어요.

그리고 그 열정과 재능은 농경이 시작된 신석기 시대로 이어져 더욱 꽃을 피웠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겐 구석기 예술이 던지는 질문이 있습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예술이란 무엇인가?

구석기 시대 창작자들의 눈으로 세상을 직시하고, 그들의 심미안으로 일상을 아름답게 가꿔보는 건 어떨까요?

위대한 유산을 돌아보는 일은 결국 우리 자신을 성찰하는 계기가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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