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신석기 혁명
역사의 분수령에 서다 구석기 시대 수렵채집 생활을 하던 인류에게 농경과 목축의 시작은 혁명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기원전 1만년경 중동지역 일부 지역에서 최초의 농경이 시작된 이후 점차 전 세계로 확산된 이 변화를 신석기 혁명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자연에 의존하던 삶에서 스스로 식량을 생산하는 삶으로의 전환은 인류 역사의 획기적 분수령이 되었습니다.
농경과 목축은 인구 증가와 정착 생활을 가능케 했고, 수공업과 교역을 낳았죠. 물론 기후변화 등 환경적 요인이 농경의 시작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인간 스스로가 자연을 통제하고 이용하려 한 점도 중요한 동인이었어요.
주변 환경의 잠재력을 꿰뚫어 보고 적극 활용한 결과, 농경은 기술혁신과 사회변동을 주도하는 원동력이 되었던 거죠.
2. 작물의 역사
인류의 식문화를 바꾸다 신석기 시대 농경의 시작을 알린 주인공은 바로 작물들입니다. 밀, 보리, 호밀 등 잡곡류와 콩, 완두 등 두류가 중동지역에서 가장 먼저 재배되기 시작했어요.
쌀은 중국 양쯔강 유역에서, 옥수수는 멕시코에서 각각 기원했죠. 사람들은 야생 식물 가운데 유용한 품종을 선별해 경작지 가까이 심고 가꾸기 시작했고, 이것이 점차 체계적인 재배로 이어진 거예요.
작물 재배는 식문화에도 일대 변혁을 가져왔습니다. 구석기 시대 육식 위주의 식단이 농경의 시작과 함께 곡물 중심으로 바뀐 것이죠.
곡물은 보관이 용이하고 열량이 높아 안정적인 식량 공급을 가능케 했어요. 지역마다 주요 작물이 달랐던 만큼 음식 문화도 다양해졌고요.
불을 이용한 조리법도 발달하면서 식문화는 더욱 풍성해졌답니다.
3. 가축化의 역사
인간과 동물의 공생 농경과 함께 신석기 시대를 특징짓는 또 다른 요소는 목축입니다. 야생동물을 사냥하던 구석기인들은 점차 동물을 길들여 가축으로 키우기 시작했는데요. 개, 양, 염소 등이 일찍이 가축화된 동물이에요.
소와 말, 돼지, 알파카 등도 각 지역의 환경에 따라 사육되었죠.
가축은 인간에게 고기와 젖을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가죽, 뼈, 뿔 등 다양한 자원을 공급했어요. 경작과 운송에도 동력으로 활용되면서 인간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죠.
나아가 제사나 의례에 제물로 바쳐지기도 했고, 재산과 부의 상징이 되기도 했답니다.
이처럼 가축화는 인간과 동물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냈어요. 야생에서는 피식-포식 관계였던 둘이 공생과 윈-윈의 관계로 발전한 거죠.
물론 동물복지 문제 등 가축화가 남긴 그늘도 있지만, 인류 문명사에서 동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4. 정착 생활과 도시의 탄생
농경과 목축은 인류를 정착 생활로 이끈 핵심 동력이었어요. 야생식물을 채집하고 동물을 쫓아 이동해야 했던 유랑생활과 달리, 경작지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곡식을 저장하려면 한 곳에 머물러야 했거든요.
가축을 기르려면 목초지 주변에 터를 잡아야 했고요.
정착 생활은 인구집중과 분업화로 이어졌습니다. 마을이 형성되고 취락 간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도시의 맹아도 싹트기 시작했죠. 집단 내 역할 분담이 체계화되고 전문 기능인들이 등장한 것도 이때부터예요.
농경에 필요한 도구를 만드는 장인, 곡식을 저장하고 분배하는 창고지기 등 다양한 직업이 분화된 거죠.
대표적인 신석기 시대 정착 마을로는 터키 차탈회위크와 예리코 유적을 꼽을 수 있어요. 이곳에서는 밀, 보리, 콩 등을 경작한 흔적이 발견되었죠.
천연 동굴을 개조한 주거지와 곡물 창고, 집단 매장지 등을 통해 정착 생활의 단면을 엿볼 수 있습니다.
5. 신석기 시대의 문화와 예술
농경과 목축을 기반으로 한 신석기 문화는 구석기에 비해 훨씬 다채롭고 풍성했는데요. 무엇보다 토기의 발명이 눈에 띕니다. 음식 조리와 보관에 혁신을 가져온 토기는 곧 예술 작품으로도 진화했어요.
붉은 간토기로 대표되는 신석기 토기에서는 당시 사람들의 심미안과 솜씨를 감상할 수 있죠.
신석기 시대에는 다양한 의식과 제사도 행해졌는데요. 농경과 풍요를 기원하는 제의가 성행했고, 죽은 자를 위한 장례 의식도 발달했어요.
예를 들어 터키 괴베클리테페 신전에서는 동물 조각상과 채색 벽화가 발견되었는데, 이는 종교의식과 관련이 있다고 추정됩니다.
한편 인구 증가와 집단 간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전쟁도 불가피해졌는데요. 신석기 후기에는 방어용 환호 등 군사시설이 등장하죠.
마을 주변을 두른 성벽은 평화로운 농경 생활을 지키는 방패막이이자, 전쟁의 시대로 접어드는 서곡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신석기 문명의 태동을 농경과 목축, 정착, 문화 등 주요 테마를 통해 살펴보았습니다. 농경의 시작은 자연에 순응하던 인간을 자연의 지배자로 만든 대사건이었죠.
생계유지 방식의 변화는 광범위한 사회문화적 변동을 초래했고, 이는 도시와 문명의 출현으로 이어졌습니다.
물론 농경 사회로의 이행이 순탄치만은 않았을 거예요. 기후변화와 경작지 확보를 둘러싼 갈등, 계급화와 불평등의 심화 등 부작용도 없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농경과 목축의 시작이 인류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우리가 지금 누리는 문명의 혜택은 바로 이 신석기 혁명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겠죠. 농경의 시작이 빚어낸 인류 대장정의 역사를 한 번쯤 되새겨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되지 않을까요?
신석기인들의 삶과 지혜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져줄지 생각해볼 일입니다.
관련사이트
. 가축화의 역사, 인간과 동물의 공생 관련
- 인류학 박물관 ‘인간과 동물의 관계사’: https://museum.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