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군도, 열대의 땅에 깃든 문명의 향연

 

에메랄드빛 바다와 짙푸른 밀림, 활화산이 뿜어내는 하얀 연기까지. 신들이 빚어낸 듯한 절경을 자랑하는 인도네시아 제도.

세계 최대 규모의 군도국가로 1만 7천여 개의 섬들로 이루어져 있죠. 상상만 해도 황홀한 열대의 낙원이지만, 그 이면에는 신비로운 역사의 파노라마가 숨어있습니다. 고대부터 이슬람 왕조, 그리고 네덜란드 식민 지배를 거쳐 다양한 문화가 켜켜이 쌓인 흔적들.

인도네시아 역사 속으로 빠져들 준비 되셨나요?

 

1. 고대 힌두-불교 문명

발흥 기원전 2세기경 인도 상인들에 의해 힌두교와 불교가 전파되면서 인도네시아 문명의 막이 올랐습니다. 특히 자바 섬에서는 이 두 종교가 꽃을 피우며 화려한 고대 문화를 발전시켰는데요.

세련된 조각과 건축 양식이 특징인 힌두사원 프람바난과 세계 최대 규모의 불교 사원 보로부두르가 이 시기의 걸작입니다.

보로부두르는 마하보디 대탑을 본떠 만든 거대한 석탑으로, 부처의 일대기를 새긴 부조로 장식되어 있죠. 사원 전체가 우주의 구조를 형상화한 만다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한편 힌두교의 三神, 브라흐마-시바-비슈누를 모신 프람바난 사원은 섬세하고 우아한 조각상들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요. 두 종교가 평화롭게 공존하며 찬란한 고전기를 구가한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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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스리비자야와 마자파힛

해상 왕국의 패권 다툼 7세기 후반 수마트라섬 남부에서 힘을 떨친 건 해상 왕국 스리비자야였습니다. 말라카 해협을 장악한 스리비자야는 인도양과 남중국해를 잇는 국제 무역로를 제패하며 동남아 해상 패권을 장악했죠.

수도 팔렘방에는 불교 사원이 건설되고 번영을 구가합니다.

한편 자바섬에서는 샤일렌드라조가 등장해 해상무역으로 국력을 다집니다. 이들은 스리비자야와 협력과 대립을 반복하다 후에 통합을 이루게 되는데요. 해상 실크로드의 패권을 장악한 강국으로 군림하게 됩니다.

특히 샤일렌드라조 시기에 세워진 보로부두르 대탑은 당시 불교 문화의 절정을 보여줍니다.

13세기 후반, 자바에는 힌두교 국가 마자파힛이 등장합니다. 영토를 확장하며 강성해진 마자파힛은 이윽고 스리비자야마저 복속시키며 해상 패권을 장악하죠.

그들이 남긴 유적 중 하나가 바로 계단식 사원 타만 시바인데요. 동쪽을 향해 펼쳐진 장엄한 계단은 사원 건축의 백미로 손꼽힙니다.

 

3. 이슬람의 전파와 이슬람 술탄국

시대 13세기 무렵 인도 상인들에 의해 이슬람교가 전파되기 시작했습니다. 15세기에 이르면 자바 북부 해안을 중심으로 이슬람 세력이 본격 확산되는데요.

특히 말라카 왕국이 이슬람으로 개종한 뒤 항구도시들을 중심으로 이슬람화가 급속히 진행됩니다. 마자파힛 역시 이슬람 세력에 밀려 쇠퇴의 길을 걷게 되죠.

이후 인도네시아 군도 전역에는 크고 작은 이슬람 술탄국들이 들어섭니다. 동부 자바의 마타람과 반튼, 수마트라의 아체가 대표적인데요. 16세기에는 마타람이 자바 내륙을 통일하고 반튼과 치열한 패권 경쟁을 벌이게 됩니다.

이 시기 인도네시아에는 화려한 모스크 건축이 꽃을 피웁니다. 아라비아 양식과 토착 전통이 결합된 독특한 건축미가 특징인데요. 반튼의 그레이트 모스크, 요그야카르타의 술탄 궁전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슬람과 토착신앙이 융합된 와양 문화도 각광을 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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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네덜란드 식민 지배 독립 운동

16세기부터 포르투갈, 영국에 이어 네덜란드가 인도네시아에 식민지를 개척하기 시작합니다. 향신료 무역을 놓고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던 유럽 열강들. 그중에서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는 가장 공격적이었죠.

1602년 설립된 동인도회사는 무력으로 현지 술탄국들을 굴복시키고 식민 통치의 기반을 닦아갑니다.

19세기 들어서는 네덜란드 왕실이 직접 통치에 나섭니다. 강압적인 경제 수탈 정책인 강제 경작제가 시행되고, 토착민들은 가혹한 노역에 시달리게 되죠. 20세기 초엔 서구식 교육을 받은 지식인층을 중심으로 민족의식이 싹트기 시작합니다.

수카르노, 하타 등이 주도한 민족주의 운동이 전개되고 독립을 위한 저항이 계속됩니다.

1942년, 일본의 침공으로 네덜란드는 물러나지만 인도네시아는 일제의 군사 점령하에 놓이게 됩니다.

전쟁이 끝나갈 무렵인 1945년 8월, 수카르노와 하타는 독립을 선언하고 인도네시아 공화국 수립을 천명하지만 네덜란드군의 재침공으로 독립전쟁에 돌입하게 됩니다.

1949년 네덜란드가 인도네시아의 주권을 인정하면서 마침내 독립국가로 첫발을 내딛습니다.

 

5. 혼돈과 희망의 현대사 독립

인도네시아는 수카르노 정권 아래 통합을 모색합니다. 하지만 300여개의 민족이 뒤섞인 다민족 국가의 특성상 분열의 조짐은 끊이지 않았죠.

1960년대 공산 세력의 위협이 고조되자 수카르노는 교섭민주주의를 포기하고 ‘인도네시아식 민주주의’를 내세우며 독재의 길로 접어듭니다.

1965년 육군 지도자 수하르토가 쿠데타로 정권을 잡으면서 인도네시아는 장기 독재 시대로 접어들게 됩니다. 30여 년간 이어진 수하르토 치하에선 경제 성장이 이뤄졌지만 부정부패와 인권 탄압도 심각했죠.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반정부 시위가 들불처럼 번지면서 수하르토 정권은 막을 내리게 됩니다.

이후 민주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대통령 직선제, 언론자유화 등 정치개혁이 단행되었죠. 2004년 대선에서는 유도요노 대통령이 선출되어 본격적인 민주주의의 틀을 다지게 됩니다.

경제 위기 극복과 부패척결, 분리주의 진압 등 숱한 과제를 안고서 말이죠. 2014년부터는 조코 위도도가 대통령직을 맡아 개혁의 기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식민지배와 독재, 그리고 민주화의 진통. 인도네시아의 현대사는 여느 개발도상국의 곡절 어린 여정과 닮아있습니다.

하지만 다양성 속의 통합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풀어가는 모습에선 세계가 주목하는 모범 사례로 꼽히기도 하죠. ‘천의 섬나라’에 스며든 관용과 조화의 정신, 그것이 인도네시아가 간직한 문명의 지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인도네시아 역사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분들을 위해 추천 콘텐츠를 소개하면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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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인도네시아 역사 산책』 전제성 지음 (공자아카데미, 2018)

  • 인도네시아 역사 전반을 개괄한 교양서. 현지 기행문도 더해져 생생한 역사 속으로 빠져들 수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 EBS 『아시아 문명기행 – 인도네시아』 (2014)

  • 자바섬의 역사유적을 찾아가며 힌두사원과 불교유적, 이슬람 문화를 함께 살핍니다.

 

영화 – 『왕의 춤』 The Dancer (2011)

  • 1960년대 발리 전통무용수 주블랙의 삶을 그린 작품. 격동의 시대 속 예술가의 고뇌가 인상적입니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가장 신비롭고 매력적인 곳이에요.

화산섬의 웅장한 풍광과 열대 밀림의 생명력, 다채로운 전통이 뒤섞인 문화의 용광로까지. 거기에 더해 고대문명과 식민사, 격동의 현대사가 켜켜이 쌓인 역사의 층위는 우리를 매혹시키기에 충분합니다.

독립 이후에도 여러 우여곡절을 겪긴 했지만, 슬로건처럼 ‘다양성 속의 통합’을 이뤄가는 모습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종교와 인종을 뛰어넘는 상호이해와 공존, 전통의 가치를 현대와 융합하려는 노력 등은 오늘날 우리가 주목해야 할 화두이기도 하니까요.

언젠가 열대의 섬나라로 역사기행을 떠난다면, 유적과 유물에 깃든 시대정신을 음미해보는 건 어떨까요? 스리비자야의 해상왕국에서 바다의 지혜를, 술탄 궁전에서 토착과 외래문화의 융합을, 독립기념탑에서 자유를 향한 열정을 느껴보면 좋겠습니다.

역사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관용의 바다처럼, 우리를 더 넓은 세계로 데려갈 테니까요.

오늘도 흥미진진한 역사 속으로 빠져들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해요. 군도의 나라, 인도네시아에 깃든 다채로운 역사의 향연이 여러분의 마음에도 오롯이 전해졌길 바랍니다.

제 이야기가 여러분 자신만의 역사 탐험에 나설 수 있는 나침반이 되었으면 더할 나위 없겠네요.

세상엔 알고 싶고, 느끼고 싶은 역사 이야기가 너무나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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