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는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해상 교통의 요충지로서 일찍부터 주목받았습니다.
동서양의 교역로가 발달하고 문명의 십자로가 된 곳이죠. 풍부한 자원과 전략적 위치는 이 지역을 제국들의 각축장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는데요.
역사의 파도 속에서 번영과 침탈을 오가며 근대로 접어든 동남아시아의 여정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동남아 지역에 국가가 발흥하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1세기경으로 추정됩니다.
인도 문화의 영향을 받아 독자적 문명권을 형성한 ‘인도차이나’가 그 출발점이었는데요.
그중에서도 메콩강 유역의 크메르 제국은 동남아 고대사의 전성기를 이끈 강대국이었습니다.
크메르 제국은 802년 자야바르만 2세에 의해 건국되어 14세기 후반까지 600여 년간 지속된 왕조예요.
특히 12세기 수리야바르만 2세 때에는 영토가 최대로 팽창했는데요. 앙코르와트로 상징되는 웅장한 사원 건축물들이 이 시기에 축조되었죠.
인도 힌두교와 불교가 융합된 독특한 문화도 꽃피웠습니다.
14세기 들어 상좌부 불교를 받아들인 타이족이 세력을 떨치면서 크메르 제국은 쇠퇴의 길을 걷게 됩니다.
아유타야 왕조와 스리비자야 왕조 등이 흥망성쇠를 거듭하던 15~16세기는 이슬람교의 전파로 종교 지형에도 변화가 일어났는데요.
말라카 왕국 같은 회교 국가들이 해상무역을 주도하기 시작했습니다.
16세기부터는 유럽 열강의 진출이 본격화됩니다. 향신료 무역을 놓고 포르투갈, 스페인이 각축전을 벌였고, 이어 네덜란드, 영국이 가세하면서 동인도회사를 설립하죠.
18세기 말에는 프랑스도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세력을 확장합니다. 현지 왕국들은 유럽 세력에 저항하며 독립을 지키려 했지만 19세기 들어 대부분 식민지로 전락하고 맙니다.
제국주의 지배는 동남아시아 사회구조에 큰 변화를 초래했습니다. 전통적 촌락 공동체가 해체되고 토지가 상품화되었죠.
플랜테이션 농업으로 단일작물 재배가 확산된 것도 이 시기입니다. 반면 서구 문물의 유입으로 근대 교육이 확산되고 민족의식이 싹트는 계기가 되기도 했어요.
20세기 전반 민족해방운동의 토대가 형성된 셈이죠.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독립을 쟁취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냉전 질서 속에서 체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됩니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로 대별되는 진영 논리에 휘말린 것이죠. 그 대표적 사례가 베트남 전쟁이었습니다.
이후에도 캄보디아 내전, 인도네시아 반공 대학살 등 역내 분쟁이 계속되는데요. 1967년 아세안이 창설되며 평화와 협력의 새 시대가 열리게 됩니다.
탈식민과 근대화의 여정을 거친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오늘날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며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다양성과 역동성이 공존하는 지역으로서 21세기 국제질서를 선도할 잠재력을 갖추고 있죠. 하지만 각국마다 정치 불안, 경제 격차, 종족 갈등 등 넘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습니다.
동남아시아의 역사에는 제국주의에 맞선 저항과 극복의 정신이 면면히 흐릅니다.
시대의 질곡 속에서도 생명력을 잃지 않은 문화와 전통의 힘이 돋보이는데요.
앙코르와트의 웅장한 사원이나, 수많은 섬과 민족이 어우러진 인도네시아 군도처럼 상생과 다양성의 가치를 품은 동남아시아. 격동의 역사는 곧 미래를 향한 원동력이 되어주리라 믿습니다.
더 알아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참고할 만한 자료를 소개하면서 글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책 – 『동남아시아사』 김형준 저 (산인, 2021) : 선사시대부터 근현대까지 동남아시아의 역사를 망라한 개론서.
다큐멘터리 – EBS 『인도네시아 옛 황금왕국을 찾아서』 (2019) : 스리비자야, 마자파힛 왕국 등 인도네시아 고대 왕국의 흥망을 추적.
유적 – 미얀마 바간 역사지구 : 11~13세기 파간 왕조 시기 건립된 불교 사원과 유적 군락.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영화 – 『킬링필드』 (1984) : 크메르 루주 치하의 캄보디아를 배경으로 전쟁의 참상을 그린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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