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유라시아 대륙의 심장부에서 거대한 사회주의 국가가 탄생했습니다. 차르 제정 러시아의 잿더미에서 부활한 소비에트 러시아.
그리고 그 위성국가로 편입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의 공화국들이었죠.
오랜 전제 군주정과 이슬람 전통 사회에 사회주의 혁명이라는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 격동의 20세기.
소비에트 연방의 잔영이 드리운 중앙아시아 현대사의 궤적을 좇아가 보겠습니다.
1. 러시아 제국의 중앙아시아 진출
식민지배 중앙아시아의 근대사는 19세기 중엽 러시아 제국의 남진 정책에서 시작됩니다. 몽골, 티무르 제국 이후 칸국들 간의 각축전이 펼쳐지던 이 지역은 제정 러시아에겐 전략적 요충지였던 거죠.
영국이 인도 식민통치를 공고히 해가던 상황에서 남하 정책은 필수불가결한 과제였습니다. 소위 “그레이트 게임”으로 불리는 각축의 서막이었죠.
1860년대 투르케스탄 총독부를 설치하고 타슈켄트를 점령한 러시아군은 히바와 부하라, 코칸드 등 주요 칸국을 굴복시켜 갑니다. 이어 1870년대에는 몽골, 위구르 지역까지 영향력을 넓혀가죠.
영국과의 대결에서 우위를 점하며 실질적 지배권을 확립해간 러시아군. 19세기 말엽엔 파미르 협정으로 영국과 세력 범위를 획정 짓기에 이릅니다.
식민 지배의 본격화와 함께 중앙아시아 사회는 근본적 변화에 직면합니다. 무엇보다 전통적 유목 경제가 타격을 입었죠.
농경과 상품작물 재배가 강요되고 관개시설이 대대적으로 개발되면서 유목민의 삶의 방식이 뿌리째 흔들렸습니다. 면화 재배의 급격한 확대로 аральское море(아랄해) 생태계가 파괴된 것도 이때부터 시작된 문제였죠.
2. 사회주의 혁명과 소비에트 연방의 성립
1917년 러시아 혁명은 중앙아시아에도 거대한 격랑을 몰고 왔습니다. 제정 타도의 열기는 피지배 민족들에게 민족해방과 독립의 꿈을 안겨주기에 충분했죠.
1917~1918년 투르케스탄 자치정부가 수립되고 알라시 자치국이 선포되는 등 곳곳에서 독립운동이 전개됐습니다. 바스마치 운동을 필두로 무장투쟁도 가열되는 양상이었죠.
그러나 소비에트 정부의 진압에 밀려 독립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맙니다. 적군이 잇따른 승리를 거두며 각지의 반란을 진압해 간 거죠.
그 결과 1922년, 중앙아시아 전역은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USSR)에 편입되기에 이릅니다. 소련의 지배력 아래 투르크 자치공화국, 우즈베크와 카자흐 자치공화국 등이 잇따라 수립됐죠.
이후 중앙아시아는 소련의 지휘 아래 사회주의 체제 구축에 매진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종교 탄압과 여성 해방, 식자 운동 등 전통 이슬람 사회에 대한 전방위적 개혁이 단행되는데요.
집단농장인 콜호스와 국영농장 совхоз(소프호스)가 조직되고 공업화와 도시화가 급속도로 진전됐죠.
그러나 이는 또 다른 모순을 낳았습니다. 전통과 정체성의 와해는 물론, 강제 정주와 농업 집단화로 인한 기근과 인권유린 등 폐해도 만만찮았죠.
특히 이 시기 카자흐스탄에서 발생한 대기근으로 100만 명 이상이 사망한 건 소련 체제의 잔혹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힙니다.
3. 소련 체제 下의 근대화와 민족 정체성
중앙아시아 공화국들은 소련 시절 표면적 근대화를 이뤄냈습니다. 문맹 퇴치와 여성 인권 향상, 의료 혜택 확대 등은 근대 국민국가의 면모를 갖추는 데 기여했죠.
그러나 민족 고유의 전통과 문화유산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어요. 이슬람 탄압과 러시아어 공용화 정책으로 토착 언어와 종교는 설 자리를 잃게 됐죠.
특히 경계획정 문제는 뼈아픈 대목이었습니다. 소련의 분할통치 원칙에 따라 민족과 종교, 언어의 경계를 무시한 채 국경이 그어진 탓이죠.
페르가나 계곡을 둘러싼 영토 분쟁이 대표적인데요. 우즈베크, 키르기스, 타직 등 각국에 흩어진 飛地들은 오늘날까지 분쟁의 불씨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소련 정부의 자원 수탈도 심각한 문제였어요. 우라늄을 비롯한 광물자원 개발에 혈안이 된 나머지 생태계 파괴를 서슴지 않았죠.
핵실험장으로 전락한 카자흐스탄 семипалатинск(세미팔라틴스크)의 참화는 소련의 잔혹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목화 재배 확대로 인한 아랄해의 고갈은 세계 최대 규모의 환경재앙으로 이어졌고요.
4. 소비에트 해체와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독립
1991년 소연방 해체는 중앙아시아에 새로운 격랑을 몰고 왔습니다. 70여년간 억눌려온 독립의 꿈이 마침내 실현되는 순간이었죠.
카자흐스탄을 필두로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각국이 잇따라 주권국가로서의 새 출발을 알렸습니다. 그러나 자립 경제의 기반도, 민주주의의 경험도 없는 신생국들에겐 험난한 여정의 서막이기도 했죠.
독립 초기 정치적 혼란과 경제 위기는 불가피했습니다. 구소련 경제권과의 단절로 산업기반이 붕괴했고, 에너지 자원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는 취약성을 면치 못했죠.
권위주의적 통치 관행도 근절되지 않아 정치 불안이 계속됐어요. 소수 씨족과 정치 엘리트들의 부정부패가 근절되지 않은 채 구소련의 잔재는 질곡으로 이어집니다.
민족 간 갈등도 적잖은 문제였습니다. 소련의 민족 정책으로 복잡하게 뒤얽힌 인종 구성은 독립 후 빈번한 마찰을 빚었죠. 우즈베크와 키르기스 간 영토분쟁, 타직에서의 내전 등은 소련이 남긴 악몽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극단주의 테러와 마약 밀매 문제 역시 이 지역을 뒤흔든 뇌관이 되고 있죠.
21세기 들어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자원외교와 국제협력을 모색하며 활로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에너지 수출국으로서 경제적 잠재력도 주목받는 한편, 유라시아 교통의 요충지로서 전략적 가치도 높아지고 있죠.
중국의 실크로드 구상이나 러시아 주도 유라시아경제연합 등 주변국들의 영향력 확대 속에 새로운 길을 모색 중인 셈이에요.
5. 중앙아시아의 미래
중앙아시아가 당면한 과제는 산적해있습니다. 무엇보다 폐쇄적 권위주의 체제의 극복과 실질적 민주화의 진전이 시급한 상황인데요.
시민사회 역량 강화와 법치, 인권 신장 등 내실 있는 정치개혁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 모델 정립도 필수과제이고요. 자원 의존형 경제에서 탈피해 실물경제 기반을 다지는 노력이 병행되어야만 해요.
역내 협력과 평화 공존의 틀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국경분쟁과 영토 갈등, 수자원 분배 등 잠재적 불씨를 평화롭게 관리할 역량과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죠.
21세기 중앙아시아가 협력과 상생의 공동체로 거듭나기 위해선 과거의 질곡을 딛고 화해와 소통의 새 지평을 열어가야만 합니다.
이 모든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선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도 긴요합니다. 개발 협력은 물론 시민사회 교류, 문화 소통 등 다층적 접근을 통해 새로운 협력의 장을 열어가야 할 때죠.
한국 역시 중앙아시아와의 협력 잠재력을 더욱 높여가야 할 시점입니다. 에너지 자원 협력을 비롯해 농업, 보건, IT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호혜적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소련의 그림자에서 독립의 길을 걸어온 중앙아시아. 지난한 여정 속에서도 찬란한 실크로드 문명의 자취는 면면히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초원의 유목 전통과 이슬람 문화, 소련 시대를 관통하며 빚어진 독특한 민족적 융합. 그 기억의 archaeology 속에서 새로운 협력의 가능성을 발굴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에게 중앙아시아는 여전히 낯설고 신비로운 세계이지만, 실크로드 정신을 매개로 문명사적 소통을 꿈꾸기에 충분한 공간이라 믿습니다.
대륙의 심장부에서 평화와 번영의 새 지평을 열어가는 중앙아시아 국가들. 그들이 걸어갈 험난한 여정에 국제사회의 연대와 지지가 함께하기를 소망합니다.
중앙아시아 역사를 보듬는 일은 곧 인류 문명사의 가치를 향한 우리 모두의 책무가 될 테니까요. 실크로드 복원의 꿈을 공유하며, 중앙아시아의 밝은 내일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글을 매듭짓겠습니다.
중앙아시아 현대사에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해 추천 콘텐츠를 소개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책 – 『중앙아시아의 역사』 김호동, 김숙진, 박상남, 홍미희, 김효섭 (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 2010)
중앙아시아 역사 전반을 개괄하는 국내 저술. 각 시대별 흐름을 깊이 있게 조명합니다.
다큐멘터리 – EBS 『중앙아시아 시크릿』 2부작 (2014)
중앙아시아 각국의 자연경관과 문화, 생활상을 생생하게 담아낸 기행 다큐멘터리.
전시 – 국립중앙박물관 『실크로드 문명전』 (2017)
실크로드 문명교류사의 현장을 사실적으로 재현한 특별전. 중앙아시아 문물을 다채롭게 조명했습니다.
대한민국 오늘의 평화가 소중한 이유. 그건 지구 반대편의 작은 나라들이 겪어온 질곡의 역사를 알기에, 그들의 고투에 깊이 공감할 수 있어서일 겁니다.
분쟁과 갈등으로 얼룩진 중앙아시아의 과거는 평화로운 공존의 길을 향한 교훈으로 새겨질 필요가 있어요. 잿더미 속에서도 꽃을 피워낸 실크로드의 꿈처럼, 상처 입은 땅에서 화해의 손을 내미는 용기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니까요.
우리에겐 지구촌 곳곳의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중앙아시아를 비롯해 여전히 갈등과 분열에 시달리는 세계 도처의 민초들에게 희망의 손길을 건네는 일.
그것이야말로 인류 보편의 가치를 위해 우리가 마땅히 짊어질 소명이 아닐까요? 작지만 따뜻한 연대의 메시지를 전하는 일. 평화의 금자탑을 쌓아가는 첫걸음은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중앙아시아 현대사의 풍경을 거닐며 깊은 울림을 받았습니다. 질곡의 시간을 관통하는 희망의 서사를 발견할 때마다, 역사를 배우는 의미를 새삼 깨닫게 되네요.
과거는 결코 먼 시간 저편에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현재를 온전히 살아내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길잡이로서, 역사는 살아 숨쉬는 교훈의 원천인 셈이죠.
중앙아시아사에 스민 상처의 흔적들, 그것은 우리 모두가 품어야 할 기억의 유산이기도 합니다. 잊지 말아야 할 아픔의 역사를 직시하고 화해와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지혜.
중앙아시아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건네는 뜨거운 메시지가 아닐까 싶어요. 오늘 이 순간에도 평화를 위해 연대하는 마음, 더 나은 세상을 향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용기.
그 모든 염원을 담아 멀고도 가까운 실크로드 친구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소중한 시간 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려요. 중앙아시아의 어제와 오늘을 돌아보는 뜻깊은 여정이었습니다.
우리가 이어받은 평화와 번영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언제나 깨어있는 마음으로 가꾸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되네요. 평화로운 중앙아시아, 더 나아가 평화로운 지구촌을 향한 우리 모두의 간절한 기원이 계속되길 바랍니다.
여러분 가정에도 행복과 건강이 늘 함께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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