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에서 18세기에 걸친 절대왕정 시대는 유럽 역사상 군주권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였습니다.
30년 전쟁 이후 웨스트팔리아 체제가 확립되면서, 주권국가 간 세력균형의 원칙이 자리 잡은 가운데 절대군주제가 유럽 각국에서 발달했습니다.
프랑스의 루이 14세로 대표되는 절대군주들은 왕권신수설을 내세우며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를 갖추었고, 화려한 궁정문화를 꽃피웠습니다.
그러나 계몽사상의 대두와 시민혁명, 입헌군주제의 발달로 절대왕정은 점차 쇠퇴의 길을 걸었습니다.
왕권신수설은 절대왕정의 이념적 기반이 되었습니다.
이는 왕의 권력이 신으로부터 부여된 것이며, 왕은 신의 대리자로서 절대적이고 무제한적인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상입니다.
영국의 제임스 1세와 러시아의 표트르 대제는 왕권신수설을 노골적으로 표방했으며, 프랑스의 루이 14세는 “짐이 곧 국가다(L’etat, c’est moi)”라는 말로 절대군주로서의 면모를 과시했습니다.
절대군주들은 관료제, 상비군, 중상주의 정책 등을 통해 국가 권력을 강화했습니다.
절대군주 중 가장 완성된 체제를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루이 14세의 프랑스는 콜베르를 등용해 중상주의 정책을 펼치고, 베르사유 궁전으로 상징되는 화려한 궁정문화를 연출했습니다.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왕과 러시아의 표트르 대제 역시 계몽절대군주로 불리며 국가 근대화와 부국강병에 힘썼습니다.
그러나 절대왕정은 계몽사상의 도전에 직면했습니다.
로크, 몽테스키외, 볼테르 등 계몽사상가들은 왕권신수설을 비판하고 입헌군주제, 삼권분립, 시민의 자유와 평등을 주장했습니다.
루소는 사회계약설을 통해 국가 주권의 원천은 국민에게 있음을 역설했습니다.
이들 사상은 시민 계급의 성장과 맞물려 절대왕정에 대한 저항으로 이어졌습니다.
1688년 명예혁명으로 입헌군주제가 확립된 영국은 절대왕정 극복의 선례가 되었습니다.
1789년 프랑스혁명으로 루이 16세가 처형되면서 프랑스의 절대왕정은 종말을 고했고, 나폴레옹 전쟁과 1830년 7월 혁명, 1848년 2월 혁명 등 일련의 격변 속에서 유럽 각국의 절대왕정은 몰락해갔습니다.
절대왕정의 유산은 양면적입니다.
절대왕정기에 형성된 강력한 국가체제와 관료제, 상비군 등은 근대 국민국가 형성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중상주의 정책은 유럽 자본주의 발전의 초석이 되었고, 바로크 양식으로 대표되는 절대왕정기의 예술은 근대 초 유럽 문화의 황금기를 이루었습니다.
베르사유 궁전이나 상수시 궁전, 에르미타주 미술관의 장엄한 모습에서 절대왕정의 문화적 성취를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절대왕정은 사회경제적 모순을 극복하지 못한 채 막을 내렸습니다.
특권 계급에 대한 면세 혜택과 농민에 대한 가혹한 수취는 심각한 불평등을 초래했고, 왕실의 사치와 방만은 국가 재정을 파탄 냈습니다.
절대군주의 전제와 특권은 시민 계급과 지식인, 민중의 저항을 초래했고, “군주의 시대”는 “국민의 시대”로 교체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절대왕정의 경험은 근대 정치를 성찰하는 거울이 됩니다.
과도한 권력집중과 독재의 폐해, 다수의 희생 위에 소수가 향유하는 특권과 불평등의 문제는 오늘날에도 되풀이되는 정치적 과제입니다.
한편 절대왕정에 맞선 계몽사상가들의 저항정신과 자유, 평등,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은 우리가 계승하고 실천해야 할 정신적 유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관련 서적 및 미디어 정보]
1. 에른스트 한틀케, 《절대주의 시대》 – 유럽 절대왕정의 형성과 발전, 쇠퇴 과정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절대왕정 연구의 고전.
2. 로버트 만두, 《루이 14세의 세기》 – 절대왕정 전성기 프랑스의 정치, 사회, 문화에 대한 포괄적이고 생생한 서술.
3. 《베르사유의 추억》 (영화) – 루이 14세 시대 베르사유 궁정의 화려함과 권모술수를 그린 시대극.
4. 《표트르 대제》 (드라마) – 러시아 절대군주 표트르 대제의 생애와 개혁을 그린 대하드라마.
5. 《절대군주의 이해》 (강의) – 방송대 교수의 유럽 절대왕정에 대한 강의. 절대왕정의 개념, 등장배경, 전개과정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